솔루션 엔지니어는 서비스직이다

일을 할수록 느낀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기술직 보다는 서비스직에 가깝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엔지니어라는 점에서 당연히 기술은 필요하지만 결국 IT 솔루션의 본질은 고객이 쓰는 제품이라는 것이고 고객은 사람이며 솔루션 엔지니어는 최전선에서 고객을 만난다.

신입 때는 솔루션 개발자와 솔루션 엔지니어의 차이로 기술적 업무 형태의 차이를 중요하게 꼽았다. 솔루션 개발자는 제품을 개발하고 솔루션 엔지니어는 제품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건 고객 대면 여부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구분하면 솔루션 개발자는 기술직이고 솔루션 엔지니어는 서비스직이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알아듣고 응대해야 한다. 요구사항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요구를 거절할 땐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래도 해달라고 우기면 설득해야 한다. 많은 상호작용이 있다.

종종 잔뜩 짜증이난 고객들을 만난다. 뭐가 잘 안되서, 지원이 늦어서, 일정이 지연되서 등. 비즈니스에서 문제 상황이라는 건 해야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매너가 좋은 사람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짜증을 표출하는 방식이 성숙하냐 조금 덜 성숙하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만을 응대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익숙해지긴 해도 타격 데미지는 같은 거 같다. 사람한테 싫은 소리 듣는 거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겠나.

언젠가부터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는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이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서버 설치 같은 구축 작업만 기계적으로 하면 되고, 고객 요구사항을 안 들어도 되고, 불만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면 내 역할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는 거고 회사에선 내 월급을 줄 이유가 많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고객을 잘 응대하는 건 고객을 위한 일이기 이전에 내 역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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