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엔지니어라는 직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IT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컴공 학생들도 개발자를 준비하지 솔루션 엔지니어를 준비하진 않는다.
그래서 남들한테 직무를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무슨일 하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개발자입니다”하고 끝내면 편한데 솔루션 엔지니어라고 하면 “개발자랑 다른 거에요?”부터 시작해서 꼬리 질문이 나오게 된다.
10년차 한 선배는 누가 물어보면 그냥 “에어컨 설치 기사 같은 일이에요”이런다는데 솔직히 이게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서 에어컨 만드는 사람 따로 있고 에어컨 설치하고 고치는 기사가 따로 있는 것처럼 IT 솔루션도 마찬가지로 제품 개발하는 개발자 따로 있고 설치하고 고치는 엔지니어가 따로 있는 거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백신, 메신저, 그룹웨어, 자료반출시스템, 네트워크 접근 제어.. 이런 것들이 다 솔루션이다. 이런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람이 개발자고 이렇게 만들어진 솔루션을 고객사에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사람이 솔루션 엔지니어라고 이해하면 대략 맞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외근이 디폴트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만나야 된다. 고객사에 방문하면 담당자 대응해야되고 유지보수 하다보면 전화도 엄청 온다. 진짜 체감으로는 연차를 내도 고객들은 그걸 알 턱이 없으니 전화가 90%의 확률로 오는 거 같은데 이거 꽤 스트레스다. 아무튼 의사소통 역량이 기술 지식 만큼이나 중요한 직무다.
직접 코딩을 하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코딩 자체는 소스 연동이나 커스터마이징 같은 거 할 때 적당히 만지는 정도인데 개발자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직무 성격이 아예 다르다. 개발이 하고 싶은 거면 이쪽으로 오면 안 된다.
그렇다고 솔루션 엔지니어가 기술 지식이 없어도 되는 건 전혀 아니다. 개발이랑 비교해서 알아야하는 지식이 좀 다른데 엔지니어는 좀 더 넓고 얕게 아는 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여러 고객사 환경에 서버 설치하고 연동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하다보면 인프라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리눅스, 윈도우 같은 OS를 다룰 수 있어야되고 DB도 할 수 있어야 된다. 네트워크 지식도 일정 수준 이상 필요하다. IT 인프라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장애나 문제가 생겼을 때 뭐가 뭔지 구분을 전혀 못하고 해결을 할 수가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알고 있으면 5분만에 끝날 걸 모르고 있으면 하루고 이틀이고 끙끙대야 하는 건 개발이랑 비슷하다.
솔루션 엔지니어는 기술적으로 발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긴한데 솔직히 이것도 케바케라고 생각되는게 배우려고 마음 먹으면 배울 게 투성이다. 근데 솔직히 열에 아홉은 공부할 생각도 의지도 없고 그냥 맨날 하던 거만 무탈하게 하고 싶어하는 거 같긴하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솔루션 엔지니어는 개발자랑은 정반대의 일을 하는구나 눈치 챘을텐데 실제로 개발이 적성에 안 맞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여기로 은근 많이 온다.
실제로 엔지니어들 보면 대부분 컴공쪽 전공이 많긴한데 어쩌다 개발이 아니라 여기로 왔는지 물어보면 개발하기는 싫었는데 취업 박람회나 채용 설명회 같은 곳에서 설명듣고 끌려서 왔다는 경우가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