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거 같다. 내가 지금 이 회사에서 이 일을 계속하면 전문성이 쌓이는 게 맞는 걸까?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직이 가능할까? 지금이라도 좀더 전문적이고 커리어가 쌓이는 일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멀리 봤을 때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나도 이런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누구나 미래가 불안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서 전문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생각하면 나는 좀 회의적이다. 전문성은 허상 같다.
나도 솔루션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한 초기엔 “열심히 공부해서 전문성을 가진 엔지니어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조금 겸손해졌다. 내가 하는 일이 그정도까지 깊이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그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회사에 필요한 노동을 각 직무에서 수행한다.
물론 세상에는 “깊이 있는 전문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생성형 AI 모델을 만드는 인공지능 개발자,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구글 엔지니어, 과학자, 의사, 신약 연구원, 역사학자 등 평생 공부해도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을 업으로 삼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정해져 있는 수준의 지식 또는 기술 범주 내에서 반복적인 일을 수행한다. 이런 일은 3~5년이면 대부분 익숙해질 수 있는 일들이다. 그 이후부터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관계이고, 소통이고, 리더십이고, 기획력이다.
이런 이유로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의사소통 능력과 인성을 본다고 하는 거 일수도 있다. 실무는 어차피 3년이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키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는 것에 회의적이다. 뭐 그렇게 대단한 전문성이라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나이브하게 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래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입사 초기에 “이 직무는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기엔 적합하지 않은 거 같아”라는 판단도 오판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회사 일이 뭐 그렇게 대단하고 혁신적인 걸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지금 하는 일의 전문성과 전망을 볼 필요는 없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고 전문성을 어디까지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이 내 성향에 맞고 오래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면 그냥 하면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굳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