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했던 직장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었는데 “일은 모르면 고통스럽지만 알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왕 하는 거 일 잘하는 사람이 돼서 직장 생활을 재미있게 하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땐 참 꼰대 같은 소리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꼰대같은 소리다. 그렇지만 나도 꼰대가 된 건지 지금은 그 말에 조금 공감이 된다.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매우 짜증나는 순간이 언제냐면 처음해보는 일을 해야 하는데 관련 매뉴얼이 전혀 없을 때다. 대체 이런 문서도 안 만들어 놓고 그동안 일을 어떻게 해온 건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 물어 방법을 찾아야 되고 그러는 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으면서 일을 배우게 되는데 진짜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방법 다 정해져 있는 건데 왜 이런것 조차 시행착오를 겪게 만드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고… 이럴 때가 가장 비참한 심경이다. 아니 그러니까 직원이 이런 고민을 안 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그래야 퇴사율 줄고 직원 근속 연수 길어지고 회사 경쟁력도 좋아지는 거 아닌가. 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불평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지만 쓰다보니까 자꾸 열만 뻗치는데 매뉴얼이나 체계가 개판인 문제는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자.
하려는 말은 고통의 원인이 결국 내가 그 일을 할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는 게 늘어나면 왠만한 일에는 대응도 빨라지고 자신감도 붙으면서 점점 무서울 게 없어진다.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나름의 논리적인 추론도 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좋은 건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면 그만큼 여유 시간도 늘어난다는 건데 이 부분이 참 아이러니한 거 같다. 모를수록 일하는데 쓰는 내 시간은 늘어나지만 퀄리티는 떨어지는 반면 아는 일이면 내 시간을 적게 쓰는데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많은 시간을 썼는지는 중요하지가 않고 내가 그 일을 해본적이 있었는지가 결과에 있어 더 중요하다.
이런 깨달음으로 내가 많은 걸 알게되고 나면 그때부턴 일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회로를 돌리곤 하는데 그게 언제일지도 모르겠고 고연차 선배들 보면 힘든 건 마찬가지인 거 같다. 아니 오히려 더 힘든 거 같기도 하다… ㅋㅋ
그럼에도 모르는 거보다 많이 아는 게 낫고 월루하는 무능한 사람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사람이 역설적으로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