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매일 고객사의 담당자를 응대한다.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을 싫어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는지 이젠 좀 알거 같다.
난 감정에 집중하는 담당자가 싫다. 하지만 이 얘기부터 바로 하고 싶진 않고 반대의 경우인 볼수록 정이 가는 담당자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오래 볼수록 정이 가는 담당자는 어떤 유형일까. 친절한 사람? 나에게 말을 정중하게 해주는 사람? 매너가 좋은 사람? 요구사항이 별로 없는 사람? 물론 좋다. 그치만 그런 것들이 본질은 아닌 거 같다.
아무일도 없을 땐 모두가 나이스 할 수 있다. 솔루션에 어떤 장애도 발생하지 않고 고객의 모든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서 작업이 술술 풀리면 그 어떤 성격 파탄자를 만나도 서로 싱글 벙글 웃으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업무 현장에선 필연적으로 ‘문제’를 겪게 된다. 서로의 감정이 상할지, 좀 더 신뢰가 생길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판가름 난다. 똑같은 문제가 닥쳐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정말 그렇다.
이 글에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해결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무슨 말이냐하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담당자들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감정을 섞지 않는다. 문제를 본다. 그렇다고 나한테 뭐라고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를 활용하면서 내게 독촉하고 재촉하고 따지기도 한다.
그들은 나를 일하게 만들고 귀찮게 만들고 수고롭게 만들지만 별로 밉지는 않다. 왜냐하면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문제만 해결되면 뒤끝이 없다.
반면 문제가 아닌 감정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곰곰 생각해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내가 뜻대로 반응해주지 않으면 굴복(?) 시키려 한다. 뭐랄까… ‘너가 감히 이렇게 나와?’ 딱 이 마인드 같다.
그런 감정은 참 오묘해서 사례를 얘기하자면 너무 디테일하기 때문에 여기에 주절 주절 대긴 좀 그렇고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내가 회의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아서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문자로 회신을 하면 10분 뒤에 또 전화를 한다. 받을 때까지 한다. 정말 급한 일이면 뭐 그럴 수도 있는데 막상 나가서 받아보면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다.
물론 용건이 있으니까 전화를 했겠지만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순간부터 ‘어라? 전화를 안 받아? 감히?’ 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물론 이건 내가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아닐 수도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하다보면 합리적 의심이 든다.
괜한 기싸움을 걸어 오는 게 정말 싫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급한 건이 아닌데 세상 급한 것처럼 군다. ‘고객이 급하다고 하면 급한건데 너가 빨리 처리를 안 해줘? 감히?’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맞다. ‘감히’ 이게 포인트다. 여러번 생각해봐도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 이 뉘앙스를 풍긴다. 내가 갑이고 넌 을인데 내가 해달라고 하면 해야되는 거 아니야? 라는 마인드.
요컨데, 문제 상황이 너무 급한데 해결이 안 되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고객인 내가) 빨리 해달라고 했는데 (서비스 제공자인 너가) 내 기대만큼 못해주는 게 화가 나는 사람이 싫다는 거다.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난 이게 정말 큰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 방식이 왜 너무 싫냐면 결국 용건을 해결하면 그만인 걸 쓸데 없이 개인 감정으로까지 끌고 가기 때문이다. ‘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이건 어떠냐! 이래도? 이래도?’ 하면서 싸움을 건다.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할 때까지.
솔직한말로 이런 뉘앙스를 풍기면 나는 오만정이 다 떨어지면서 평소였으면 자발적으로 해줄 수 있는 작업도 해주기가 싫어진다.
결국은 각자 회사의 직원일 뿐이고 각자 맡은 일을 하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개인 감정을 섞어 기싸움을 하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