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검색 시장만큼의 트래픽을 가져가게 된다면 그땐 블로거와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내 상상력으로는 공생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블로그가 뭔데 공생을 해야되나? 그냥 기술 발전에 따라 도태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공생 해야만 한다. 이건 도의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냥 시장 논리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블로거이기 때문에 이 글에선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지만 사실 모든 콘텐츠 생산자에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블로그 콘텐츠 시장은 크게 보면 생산자, 소비자, 플랫폼, 광고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블로거, 검색자, 구글(또는 네이버), 광고주다.
이게 정말 기가 막힌 구조다. 모두가 win-win 하고 있다.
블로거는 콘텐츠를 올리고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제휴 광고 애드센스 광고도 할 수 있다. 즉 콘텐츠를 생산한 대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검색자는 배우려는 지식이나 정보, 다른 사람의 경험 같은 것들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구글은 웹 페이지를 디지털 광고판으로 사용한다.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다.
광고주는 광고비를 지불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제품 판매 수익을 얻는다. 광고 효율이 좋다.
이런 구조 속에서 블로거(콘텐츠 생산자)는 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 검색자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검색을 하고(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 구글은 디지털 광고판을 무한정에 가깝게 활용하고 광고주는 돈만 내면 쉽게 타겟 광고를 집행한다.
모두 동기가 있고 각자 원하는 걸 얻어가고 있다.
이제 생성형 AI로 돌아와보자. 생성형 AI 환경에서도 모두가 win-win 할 수 있을까?
일단 지금 당장만 봤을 땐 검색자와 AI 회사만 좋아 보인다. 검색자는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픈 AI는 유료 구독자에게 구독료를 받는다.
반면 검색 플랫폼은 생성형 AI 시장에서 아직 이렇다할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광고주도 아직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광고를 집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방법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다.
구글이야 뭐 거기도 AI를 만들고 있고 구글인데 알아서 잘 할 거고… ㅋㅋ
시간이 지나면 생성형 AI가 광고판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광고주는 그냥 사람 몰리는 곳에 광고 넣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블로거(콘텐츠 생산자)는 적어도 지금 환경에선 답이 안 보인다. 블로그로 오는 유입이 끊기고 ChatGPT에서 모든 게 해결되면 무슨 수로 원하는 걸 얻겠나.
그럼 블로거는 그냥 도태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말이 안 된다. 생성형 AI도 결국 데이터를 학습해서 그걸 잘 알려주는 서비스일 뿐인데 블로거가 글을 안 쓰면 AI가 새로운 정보라던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같은 건 어디서 학습을 하나?
앞으로 세상에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고 새로운 지식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학습한 것만 가지고도 문제가 없겠으나 결국은 재료가 있어야 생성형 AI도 지속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으로 봐선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은채 재료만 활용해서 “내 서비스 이용자에게 쉽게 잘 전달해줄게~”라고 하는 꼴인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누가 콘텐츠를 만들겠나. 콘텐츠가 먼저 있는 거고 그 다음에 그걸 학습하는 AI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따라 공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블로그와 거의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언론사다.
언론사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것(News)를 다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생성형 AI는 기사를 학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가를 내지는 않았다.
그 이유로 뉴욕타임즈는 오픈AI에 소송을 걸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가에 상관없이 언론사라면 대부분 마찬가지 스탠스일 수밖에 없는 거 같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소송 결과에 따라 판도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긴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 창작자에게 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그걸 상업적으로 활용만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든 저작권 문제는 생성형 AI 회사에서 해결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당장 보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답변에 출처 링크를 밝히는 정도이다. 지금 구글이 베타 테스트 하고 있는 방식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원본 소스 입장에선 한번 걸러서 유입되는 거라 여전히 달갑지는 않아 보인다.
아무튼 길게 주절 주절 썼지만 결론은 없고… 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어쨋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동기를 얻는 건 중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어찌 됐든 나는 블로그를 계속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