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도진기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법조인 출신의 소설가다. 법의 체면은 6개의 단편 소설이 묶여 있는 책인데 대부분의 작품에 법조 관련 내용이 섞여 있다. 그게 이 소설의 강점이다.
저자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소설에 많이 녹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실재감이 있는 이야기라 더 몰입해서 읽었다.
6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파트는 <법의 체면>과 <애니> 였다.
<법의 체면>은 이 묶음집의 대표로 뽑힐만큼 저자의 이력과 잘 어우러지는 내용이었다. 한 노인이 사법부의 체면을 이용한 ‘가불기’를 써서 한방 먹이는 이야기다. 법의 체면 앞에 진실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역설이 아주 흥미롭게 읽혔다.
체면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긴 했지만 오히려 체면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논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더 느낀 거 같다.
<애니>는 법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였다. AI 기술로 생겨난 새로운 ‘인격체’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엔 <매트릭스> 같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갈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져서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봤다.
나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도진기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