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엔지니어의 스트레스 세 번째 주제는 야간, 주말 작업이다. 간단히 말하면 업무 외 시간 근무다.
업무 외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비스 중단에 따른 사용자 영향도가 가장 적을 때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대부분의 B2C 서비스도 마찬가지라 이해가 바로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점검을 하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패치를 진행한다.
B2B 솔루션도 마찬가지다. 회사 직원들이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 야간이나 주말에 패치, PM, 이관 등 작업을 진행한다.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구조다.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내가 온전히 정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고객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불가피한 야근 상황이 존재한다.
야간 작업을 하기로 한 날 갑자기 “아 오늘은 야근하려고 했는데 피곤하니까 그냥 일찍 들어가고 내일 해야겠다” 이런 게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야간 작업 보다도 주말 작업이 더 힘들다. 주 5일 열심히 일하고 주말 2일 쉬면서 재충전 하는 게 생각보다 되게 큰데 그런 루틴이 깨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리하면 타의에 의해 나의 업무 시간 외 근무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야간, 주말 작업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근데 이건 어지간한 회사원들이 대부분 겪는 상황이라고 본다. 내 통제 하에 야근하고 싶을 때 하고 안 하고 싶을 때 안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야간 및 주말 작업의 진짜 스트레스트는 작업이 실패했을 때 찾아오는 고독함이다. 소프트웨어라는 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예상치 못한 환경… 예상치 못한 실수… 예상치 못한 제약 사항… 그럼에도 완료해야 된다.
주간에는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 회사 선배한테 편하게 전화할 수 있고 연구소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 말 그대로 업무 외 시간이기 때문이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길어질 때… 점점 밤이 깊어질 때… 체력이 떨어져 감을 느낄 때… 그때 느끼는 고독함은 고독한 정의의 승부사 장필우 못지 않다.
고독이 임계치에 다다르면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데 그때를 잘 참고 견뎌야 한 단계 성장하고 그 다음 작업도 이어가며 경험치를 쌓아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솔루션 엔지니어의 스트레스로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작성했는데 결국은 형태만 다를 뿐 모두 본질은 ‘문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로 귀결되는 거 같다.
솔루션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솔루션 엔지니어는 스트레스를 받을일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게 잘 되면 장애도 없고 컴플레인도 없고 패치도 없는데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겠나.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고 문제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달리 생각하면 그래서 솔루션 엔지니어 직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