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을 왔다. 이틀 작업하고 다시 올라간다. 집을 왔다 갔다 하기엔 좀 부담이 되는 거리라 고객사 근처 모텔에서 1박 묶는다.
지방 출장을 1박 이상 지내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조금 들뜨기도 하고 또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일이 끝나면 여행도 아닌 것이 여행 같기도 하다. 이런 지방 출장도 솔루션 엔지니어 직무의 묘미다.
사람 고민은 다 비슷한 거 같다. 출장 같이 온 선배랑 저녁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더라. 나도 마찬가지다.
이 놈의 일을 하면서 배우는 건 있지만 그런 게 회사 안에서나 큰 도움이 되지 밖에 나가면 이걸로 뭐 5만원 짜리 부업이라도 하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뭐 기술직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거 같다. 3년, 6년, 9년 마다 위기 온다더니 어떻게 된게 난 3일 마다 위기가 오는 거 같은데.
아 스트레스 개받네… 할 때쯤 금요일 되고 그렇게 또 마치 아무런 걱정 거리가 없는 듯 주말을 맞이 하고 다시 월요일에 스트레스 몰아서 받고…
나는 원래 내색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내가 사회 생활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티를 안 낼 필요가 1도 없다는 것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여기 저기 티내고 다니는 게 훨씬 낫다.
왜 그러냐하면 상사는 힘들다고 하는 직원한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줄 생각을 하면 했지 “이ㅅㄲ가 배가 불렀네? 하면서” 깎아 내리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상사도 지금 힘들기 때문이다.
아 근데 물론 맡은 일은 어느 정도 잘 하면서 힘들다고 해야지 하는 일도 개차반이고 책임감이라고는 1도 없이 구는데 찡찡 대는 건 그냥 일 못하는 애로 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팀원들끼리 힘들다 힘들다 하는 게 은근히 효과적인 단합의 방법이다. 사람은 신기하게 고통을 나눌 때 더 끈끈해 지는 거 같다.
잘한 일도 최대한 티를 내야 된다. 어떻게 티를 낼지는 상황별로 다르겠지만 업무 성과라는 게 절대로 누가 알아서 알아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그제서야 ‘오 저런 거 했네’ 정도 생각해 준다.
아 집에나 빨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