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느낀게 하나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전화를 참 좋아한다는 거다. 아무래도 즉각적으로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는 거 같긴 한데 내 입장에선 스트레스다.
물론 전화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주고 받는 게 당연한 거고 나도 이메일이나 문자보다는 전화가 편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효율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전화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가장 짜증나는 게 쓸데없이 통화가 길어지는 건데 15분~20분씩 전화했는데 끊고 보면 아니 이건 그냥 3분 얘기하면 끝날 거 였잖아?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생각을 않는 걸까. 피차 바빠 죽겠는데.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다보면 나도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건지 처음에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던 것들도 아니 대체 이것도 모르고 뭘 하겠다는 건가… 부터 시작해서 왜 준비를 미리 안하고 전화부터 하지? 이런 요구는 글로써서 메일로 줘야지 왜 전화해서 답답하게 하나씩 읇고 있나… 같은 생각들이 솟구친다.
또 전화라는 게 한번 받기 시작하면 맛들려서 계속 오게되는 특성이 있어서 점점 사소한 걸로도 전화가 오기 시작하고 전화는 또 다른 전화를 낳는다.
나도 처음에는 한통 한통 친절하게 받다가도 점점 내 시간을 쓸데없이 좀 먹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면 겉으론 티내지 않지만 속으론 손절 각을 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업무중 짜증나는 상황이었고 더 큰 스트레스는 연차일 때 전화오는 거랑 늦은 저녁이나 심지어 새벽 시간에 전화가 오는 거다.
엔지니어가 외근직이다보니 내선 전화 같은 거 없고 그냥 개인 번호로 연락을 하는데 내가 연차를 내도 고객사가 그걸 알 턱이 없다.
연차일 때 전화오면 왠만한 건 메일로 남겨달라고 하거나 급한 건은 사내 다른 사람에게 문의해달라고 하긴 하는데 이게 또 내가 담당하는 고객사여서 히스토리를 알아야 대응이 가능한 건은 누가 대체하기가 애매하기도 하다.
이럴 땐 일부 응대를 해주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이럴 거면 연차는 왜 쓴거지 생각에 열이 받는다. 뭐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직무 특성이겠거니 하면서 내려놓긴 했다. 이게 고객사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냥 시스템이 개판인 거다.
사실 연차 때 오는 전화보다 더 짜증나는 게 예고 없이 밤에 전화오는 건데 멀쩡하던 게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고 다른 시스템 작업하다가 우리 제품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아니 그럼 작업한다고 미리 말이라도 해놔야 되는데 대책도 없이 했다가 늦은 시간에 죄송하지만 지금 급박한 상황이라 지원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이러면 그게 내 알빠노 하고 잠수타고 싶은 충동 밖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