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의 투자 철학을 알고 싶으면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읽으면 된다. 찰리가 직접 글을 쓴 건 아니지만 찰리가 과거에 했던 강연의 스크립트와 해설을 제공한다.
이 책에는 주식 투자를 잘 하기 위한 기술이 담겨있지는 않다. 굳이 말하자면 ‘현명하게 판단해서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수십년 간 운영하며 시장 초과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한다.
독서로 다양한 학문의 핵심을 이해해라
찰리 멍거는 여러 학문의 핵심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식 투자를 하는데 학문을 이야기하는 게 의아하긴 했는데 책 전반에 걸쳐서 ‘다학문적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주 많이 반복 되기 때문에 진심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낸 최고의 지식을 공부하는 것의 가치를 믿습니다. 그냥 죽치고 앉아서 혼자 모든 걸 떠올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그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거든요.
찰리는 다양한 학문의 핵심 지식을 여러 개 흡수해서 자신만의 격자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학습을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면, 책을 읽는 것이다. 찰리 멍거는 살아 있는 동안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 매일 아침보다 저녁에 조금더 똑똑해진 상태로 잠에 들었다.
찰리 멍거의 동업자인 워런 버핏 역시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버핏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은 글을 읽고, 나머지 시간의 상당 부분은 그가 신뢰하는 유능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고 한다.
이런 학구적인 버핏을 두고 찰리 멍거는 “그는 학자와 비슷한 모습으로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표현했다.
집중 투자해야 한다
찰리 멍거는 집중 투자를 강조한다. 집중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을 잘 이해해야 하고, 확실할 때만 돈을 베팅해야 한다.
여러분은 아마 평생에 걸쳐 한 개나 두 개 또는 세 개의 아주 뛰어난 기업을 찾게 될 겁니다. 또 상당히 쓸 만한 정도로 충분히 좋은 기업도 20~30개 정도 찾게 될 겁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평생에 걸쳐 그런 판을 수천 개씩 찾아낼 만큼 똑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몇 번의 드문 판이 열렸을 때 정말로 크게 가야 합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 투자 기회라는 게 얼마나 있을까? 혹시 그런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한채 계좌에 돈이 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찰리에 따르면 아무런 투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확실한 투자 기회가 왔을 때만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그것만으로도 부자가 되기엔 충분하다고 찰리는 말한다.
실제 수백조원을 굴리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조차 포트폴리오가 3~5개 종목에 매우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땐 종목 3개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굳이 그 이상 분산할 필요는 없다.
업종 전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못 봤다
나는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을 꽤 구독하고 있는데 주식 투자 관련한 전문가가 업종 전망을 많이 한다. AI, 반도체, 조선 … 올해는 어떨 거 같습니다. 내년은 어떨거 같습니다.. 같은 콘텐츠다.
이상하게 나는 오히려 그런 콘텐츠들이 뜬구름을 잡는다고 느꼈고 잘 보지 않았는데 이 책에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반가웠다. 찰리 멍거는 그러한 업종 분석 투자가 유효하다고 보지 않는다.
투자자가 시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스타일로 종목을 선정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표준적인 기법은 이른바 업종 순환입니다. 이 기법은 가령 정유주가 유통주 등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때를 파악합니다. 그래서 시장의 인기 업종만 쫓아다니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선택을 하게 되겠죠. 그걸 장기적으로 하면 앞서나가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 방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불가능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수많은 부자들은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업종이 아닌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좋은 기업에 가격이 잘못 매겨졌을 때, 시장이 비효율적일 때를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오면 많은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찰리 멍거의 투자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