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래 가치의 핵심은 커머스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아직 검색 서비스에 기반한 광고 매출이 가장 높긴하지만 커머스 비중이 많이 올라왔다.
네이버가 구글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으면 모를까 네이버는 온전히 국내용이기 때문에 광고 매출 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지금은 성숙기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 같다.
결국 네이버 쇼핑이 앞으로 더 잘 될지를 봐야한다. 국내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는 구간은 끝났다. 이젠 한자릿수 정도의 성장이 평균이 될 것이고 그 안에서 나눠 먹어야 된다.
네이버 쇼핑이 망하진 않을 것이다. 네이버 쇼핑을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네이버 쇼핑은 검색도 잘되고 상품도 많고 다양하다. 가격 비교하기도 좋다.
하지만 경쟁력을 유지 하는 수준으로는 투자하기 어렵다. 네이버 쇼핑이 국내 e커머스에서 점유율이 올라가야 투자할만하다. 그러기엔 어려워 보인다.
쿠팡은 편의성 면에선 이미 넘사다. 온라인쇼핑으로 가장 많이 사는 게 음식료이고 생활용품도 비중이 꽤 된다. 이런 품목은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커피, 라면, 콜라, 샴푸, 로션, 휴지 같은 거 떨어지면 주기적으로 계속 사야된다.
쿠팡 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거 반복 구매하는 게 미친듯이 편하다. 커피 떨어졌다 싶으면 바로 핸드폰으로 쿠팡 들어가서 저번에 산거 한 두 번 누르면 바로 주문 완료된다. 그리고 다음날 문 앞으로 온다.
이 패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한달에 못해도 3~4번은 주문하니까 택배비 생각하면 월회비도 크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난 쿠팡플레이는 일절 보지 않는데도 그렇다.
편한 건 못이긴다. 가성비니 상품의 다양성이니 해도 그냥 편한게 제일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반복 구매 상품에만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이제 왠만한 생활 가전도 다 쿠팡에서 산다. 최근 몇 달 동안 샥즈 오픈런 프로 이어폰, 필립스 전자동커피머신, 갤럭시 폴드6, 1TB 외장하드 … 이런 것들을 다 쿠팡에서 샀다. 쿠팡 직매입이라 믿을만 하고 다른 플랫폼이랑 가격 비교해봐도 큰 차이 안 나고 갖고 싶은 물건인데 바로 다음날 받을 수 있는 것도 좋다.
회비 올려도 사람들이 탈퇴 안하는 거 보면 답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세도 네이버에겐 부담이다. 생각해보면 네이버 쇼핑에서 파는 물건의 상당 수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거다. 근데 알리에선 그 물건을 직구로 판다. 사실상 관세도 없고 KC 인증도 필요 없고 중국 인건비가 싸고 시장 점유율 높이겠다고 프로모션도 엄청 공격적으로 하다보니까 물건이 엄청 싸다.
알리는 지금 현재로 봤을 땐 네이버나 쿠팡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조악한 물건이 많고 판매자에 대한 불신도 있고 배송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근데 시간이 지나도 이런 단점이 그대로일까? 생각하면 그럴 거 같지 않다. 알리는 예전부터 있었던 플랫폼이고 계속 개선되어 왔다. 결국 한국에서 지금의 인지도를 갖게 됐다. 앱 사용 통계 나오는 거 보면 위메프, 롯데홈쇼핑, 티몬처럼 존재감 없이 잔잔하게 사업하고 있던 국내 플랫폼들을 다 재끼고 쿠팡, 네이버쇼핑 다음으로 가장 높은 MAU를 기록하고 있다.
이게 중국의 무서움이다. 이커머스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우리나라 시장에 침투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게임 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옛날엔 중국 게임 퀄리티가 워낙 수준 이하여서 개무시당했지만 잘 만든 거, 잘 되는 거 열심히 배끼고 자본 쏟아 붓고 인력 쏟아 붓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퀄리티를 높였다. 원신이나 오공 같은 거 글로벌 흥행하는 거 보면 이젠 우리나라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중국애들의 방식 자체가 처음에 싼마이 가성비로 공략하고 돈 때려붓고 좋은 거 다 갖다 배끼면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루트인데 이커머스에서도 비슷할 거 같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잘 될 거 같으니까 한국에 바로 대규모 물류센터 짓고 있다. 한국 사업 확대하겠다고 3년간 1.5조 쓸 거라고 한다.
요는 C커머스 퀄리티는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후퇴할 확률은 낮다. 앞으로도 쓰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정리하면 쿠팡의 쇼핑 경험이 너무 막강하고 C커머스는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고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둔화됐기 때문에 지금 굳이 네이버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