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블로그는 죽었다

요 며칠 낙심했습니다. 글 쓸 힘이 잘 안 났어요. 왜냐하면 기술 블로그는 이제 죽었기 때문입니다.

3년 가까이 솔루션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배운 걸 블로그에 적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 글이 학생들이나 관련 직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같은 주제로 작성된 다른 글들과 비교해서 더 낫다고 자부했어요. 이 부분이 제가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너무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ChatGPT 입니다. 저는 거의 매일 ChatGPT를 쓰고 있습니다. 1년 넘게 사용했고 대부분 일하면서 기술 관련 질문으로 쓰고 있는데 이젠 구글링을 90% 이상 대체 한 거 같습니다. 저는 에러 메시지나 구현 방법 같은 걸 더이상 구글에 ‘검색’하지 않아요.

google search bar

대신 chatgpt에 ‘질문’ 합니다. 개발 업계에선 그런 말이 있죠? 질문하기 전에 검색부터 해보라고. 상사 시간 뺏기 전에 충분히 검색해서 방법을 찾아보고 정 모르겠으면 질문하라는 겁니다.

검색은 어렵습니다. 생각과 응용이 필요해요. 지금 겪는 문제를 검색어로 규정해야 되고 그중 가장 비슷한 사례를 찾아야되고 만약 찾더라도 상황의 차이가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근데 질문은 생각이나 응용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그냥 본인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경험 많은 상대방이 알아서 ‘아 뭐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겠네’ 판단하고 빨리 해결해 줄 수가 있거든요.

베테랑한테 무제한으로 언제 어디서든 질문할 수 있는 게 chatgpt 입니다. 정말 편해요. 에러가 생기면 ‘이런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이런 에러가 생겼어 어떻게 해결해?’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사진 찍어서 보여줘도 알아듣습니다. 이젠 한국어 대답까지 완벽하게 합니다. 당장 제 능력 범위 밖인 걸 해결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ChatGPT interface with a conversation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chatgpt가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구글링이 다 인터넷 자료잖아요. 근데 얘는 영어로 된 양질의 자료까지 다 알고 있는 머신입니다. 질문을 잘 해야 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이라고 할 거창할 것도 없어요. 지금은 개떡 같이 물어봐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대답합니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구요.

제가 내린 결론은 적어도 국내 기술 블로그 분야에서 다루는 정보 수준은 이미 chatgpt로 95% 이상 커버가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미 기능적으로 대체 가능한데 사람들이 아직 안 쓸 뿐이죠.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기술 글을 백날 천날 써봐야 그것이 가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글은 가치를 가질 겁니다. 새로운 정보는 늘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어요. chatgpt 할아버지가 와도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현실에서 발생하는 IT 업무의 95% 이상은 이미 있는 지식의 답습입니다. 그래서 chatgpt가 활용도가 높은 것입니다.

그럼 이제 기술 관련 글 안 쓸 건가? 하면 그건 아니구요. 그럼에도 계속 쓰려고 합니다. 제가 배운 걸 기록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제게 도움이 되기 때문인 이유도 큽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기술 블로그 주제로 구글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젠 좀 더 일반적인 주제의 글도 함께 쓸 거 같습니다. 이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새로 시작할 때 초심은 정말 순수하게 기술 블로그로만 운영하자! 였는데 결국 결정을 번복하게 되었네요..ㅋㅋ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thoughts on “기술 블로그는 죽었다”

  1. ChatGPT가 나와도 공부는 해야 하듯이, 공부를 했으면 정리를 하는 것이 기술 블로그 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포트폴리오 이기도 하고요.
    단순 지식 공유를 넘어서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공부하고 검색하다가 재밌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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