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진이 다 빠진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냥 머엉 하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마우스를 클릭할 힘조차 나아있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든다. 떠 있는 창을 종료하는 것조차 싫다.
그래서 5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어도 내일로 미루게 된다.
그리고 내일은 또 그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에 다시한번 그 일을 미루는 나를 발견한다. 머릿속으로는 자각하면서도 상황 따라 그렇게 흘러간다.
급한 일을 처리하면서도 머리 속 한켠에선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잡고 있다. 마치 최소화된 윈도우 작업창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메모리를 잡아먹고 있는 거 같다. 비효율이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면 만약 그 일이 어려울지라도 끝난 뒤에 개운한 맛이 있는데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쌓아놓고 처리하다 보면 같은 시간을 일해도 더 피곤함을 느낀다.
최악은 시간을 오래 써서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일이 계속 들어오는 건데 이렇게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면서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업무 종료 시점에 일이 쌓여 있음을 보게 된다.
빨리 처리되어야 하는 잡다한 일이 쌓여 있으면 역설적으로 아무 일도 하기 싫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최근 읽은 책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하기 싫을 때도 할 수 있는가’라는 내용을 봤다. 근데 정말 하기 싫을 땐 도무지 못하겠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