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바이블> 리뷰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과 함께 지금의 버크셔 해셔웨이를 만든 투자의 구루다. 찰리 멍거 역시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직접 책을 쓴 적이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대학 연설, 주주총회 질의응답, 인터뷰 등을 통해 생각을 밝혔다. 이런 내용 중 핵심을 엮어서 만든 책이 찰리 멍거 바이블이다.

찰리 멍거가 투자와 관련해서 주장한 핵심 메시지는 가격 오류가 있는 종목을 찾았을 때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패리 뮤추얼 시스템에서 승리한 모든 사람에게는 매우 단순한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좀처럼 돈을 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 오류를 찾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은 가끔씩 그 오류를 발견하게 되고, 거액을 겁니다. 승산이 있을 때 크게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돈을 걸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지요.

돈이 놀고 있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자주 투자하지 말고 확실한 기회를 발견했을 때만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멍거는 “확률은 50%인데 배당은 3배인 곳에 돈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가치투자는 가격이 잘못 매겨진 베팅을 찾아내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 종목의 가격이 잘못 매겨졌는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 책에 그런 방법론이 세세히 적혀 있지는 않다. 애초에 그런 방법이라는 게 정해져 있을리가 없는 거 같다. 그동안 기업의 가치 평가 방법에 대해 많이 찾아봤지만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모든 투자는 상황이 다르고 아이디어가 다르기 때문에 판단의 기준도 다르다. 기업 가치 평가를 매뉴얼화 하고 누구든 그 공식을 배울 수 있다면 누가 투자로 돈을 못 벌겠나.

멍거는 다학제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학제적 관점이라는 건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과 모델을 통합한 관점이라는 의미다. 여러 학문 분야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를 바라볼 때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학제적 관점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멍거는 바라봤다. 멍거는 이런 모델을 ‘격자틀 인식 모형’이라고 불렀다.

책에선 다학제적 관점의 예시로 심리학, 수학, 물리학, 생물학, 경제학 등을 언급된다. 읽어도 즉각 와닿지는 않았다. 그냥 러프하게 “투자라고 해서 경제학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멍거는 실제 다양한 학문의 핵심을 공부해 보라고 권하는 것 같다.

멍거는 독서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강조한다.

멍거는 얼마나 많이 읽을까? 2017년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에서 그는 아침마다 3~4개 신문을 읽고 항상 두세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참석자가 어떤 신문인지 물어보자 멍거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LA타임스〉를 읽는다고 대답했다. 버핏 역시 소문난 독서광으로 하루 5~6시간씩 책을 읽는다고 알려져 있다. 2000년 그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때다. 한 학생이 투자 업계에서 일하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묻자 버핏은 두꺼운 서류철을 가리키며 이런 자료를 날마다 500페이지씩 읽으라고 조언했다.

호기심을 멈추지 않고 끊임 없는 배움을 강조하는데 그 방법으로 멍거와 버핏은 독서를 택한 것 같다. 하루 5~6시간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그 숫자 자체도 비범하지만 이걸 최소 50년 이상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아니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걸 수도 있다. 멍거와 버핏에게 독서는 성장을 위한 수련이 아니라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아주 오랜 기간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걸 좋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식 투자를 하는데 독서가 필요한가? 라는 의문도 든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기업이 발표한 자료를 하나 더 보고 경제 기사를 하나 더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독서의 중요성을 멍거가 강조한 다학제적 관점과 연결해 보면, 기업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세상의 지식들이 융합되어 인사이트를 만들기 때문에 멍거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그토록 강조한 게 아닐까?

그러니까 핑계 대지 말고 독서는 꾸준히 하는 게 좋겠다.

능력의 범위를 잘 알아야 한다는 내용도 책에 있다. 멍거와 버핏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다. 내가 잘 하는 걸 찾고 거기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투자를 할 때 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적용되는 말이다.

적성이 맞지 않는 분야에서 적성을 갖춘 사람과 경쟁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 우위가 있는지 파악해 자신의 능력범위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3년간 일했던 첫번째 직업을 그만두고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첫 직장에서 이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두 번째 직업으로 일한지도 어느덧 만 3년을 넘겼다. 잘한 선택이었다. 이전 직업에서 느껴보지 못한 유능감도 느낀다.

투자에서도 내 적성에 맞는 분야와 투자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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